기술이 발달할수록 별난 일이 직업이 되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생소한 직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인터넷에 자신의 반려묘를 24시간 생중계하고, 누군가는 메타버스 안에서 가상 부동산을 사고팔며, 또 누군가는 AI의 감정을 훈련시키는 일을 합니다. 예전 기준으로 보면 조금은 괴상해 보이는 이런 일들이, 이제는 수익을 내고, 안정적인 커리어가 되며, 어떤 이들에겐 꿈의 직업이 되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더 많은 ‘정상적 직업’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발달할수록 별나고 기묘한 직업이 탄생하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무도 돈을 내지 않았을 활동들이 지금은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수익 모델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기술의 발달이 별난 직업을 만들어내는지, 그 안에는 어떤 논리가 숨겨져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1. 기술은 효율을 낳고, 효율은 여백을 만든다
기술의 발전은 대체로 효율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반복적인 일은 자동화되고, 사람의 개입은 최소화되며, 속도는 점점 빨라집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점차 기계보다 더 인간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여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백 속에서 별난 일들이 직업이 되기 시작한 겁니다.
번역은 예전에는 사람만 할 수 있었던 번역 작업이 이제는 딥러닝 기반 번역기의 도움으로 기본적인 문서 번역은 대부분 자동화됩니다. 하지만 대신, 번역가들은 문체를 살리는 감성 번역, 창작형 콘텐츠 로컬라이징처럼 더 섬세하고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하게 되었죠.
디자인은 자동 디자인 툴이 로고를 만들어주는 시대. 하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설계한다는 개념으로 넘어가면,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감정과 철학을 담는 작업이 됩니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단순히 도형을 배열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의 목소리를 시각화하는 크리에이터가 됩니다.
이처럼 효율은 인간의 개입을 밀어내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여백과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여백을 채우는 직업들이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독특한 형태의 직업이 되는 것이죠.
2. 플랫폼과 연결된 감정의 경제 이상한 취향이 돈이 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플랫폼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치, 브런치, 메타버스까지. 이 플랫폼들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취향, 사람과 콘텐츠를 연결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기준으로는 가치 없다고 여겨졌던 활동들조차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런 직업들을 떠올릴 수 있죠
ASMR 아티스트는 스펀지를 자르고, 비누를 긁고, 부드러운 속삭임을 녹음합니다. 듣는 사람에게는 심리적 안정과 집중 효과를 주고, 크리에이터는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얻습니다.
먹방 스트리머는 남들이 먹는 걸 보는 데에서 쾌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을 위한 콘텐츠. 식사라는 일상적인 행위가 콘텐츠가 되고, 생계 수단이 됩니다.
가상 연애 콘텐츠 기획자는 혼자 있는 사람들과 가상의 데이트 경험을 시뮬레이션하는 앱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만듭니다. 감정조차 기획되고 소비되는 시대입니다.
이 모든 직업은 사람의 감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기술이 기능적인 것을 담당하게 되면서, 사람은 감정, 관계, 경험이라는 영역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이상한데 돈이 되는 감정 콘텐츠가 직업으로 발전하게 된 겁니다.
기술의 발전은 결국 인간의 욕망을 더 섬세하게 다룰 수 있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예전에는 취미 혹은 이상한 취향으로만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은 수익이 가능한 직업이 되는 거죠.
3.정체성의 무대화 나 자신을 꾸미는 일도 직업이 된다
예전에는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꾸미고 연출하고 전달하는 행위 그 자체가 직업이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브이로거, 디지털 노마드, 1인 브랜드 운영자, 버추얼 인플루언서 매니저 같은 직업들은 기존의 산업 구조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입니다. 이들은 특정한 기술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 일상, 세계관 자체를 상품화하고, 콘텐츠화해서 수익을 창출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존재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존재를 기획하고 유지하는 일이 일종의 노동이 됩니다.
SNS에 일상을 올리는 것,나만의 말투, 스타일, 가치관을 정리해 발신하는 것, 콘텐츠의 톤을 정하고 브랜딩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직업으로 삼는 방식입니다. 기술은 이런 자가 브랜딩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수익화의 경로까지 열어주었습니다. 즉,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정의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곧 직업적 자산이 되는 시대인 것입니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모두가 개발자나 엔지니어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은 우리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고, 기묘하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비효율, 취미, 기행, 여백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새로운 직업의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할 수 없는 영역, 기술 덕분에 가치가 생긴 영역, 그리고 기술과 인간의 경계에서 생겨나는 틈새 속에서 ‘별난 일’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입니다.
혹시 지금 당신이 즐기고 있는 그 취미, 그 이상한 습관, 그 별난 관심사가 언젠가 진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치지 마세요. 미래는 항상 가장 이상해 보이는 곳에서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