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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경제의 이면

by 뉴스팡팡 2025. 6. 19.

인플루언서 경제의 이면


한때 유명세란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대중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던 것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고,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영향력은 더 이상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있다. 일상적인 삶을 공유하고, 취향을 제시하며, 감정을 나누는 이들은 이제 브랜드와 기업이 주목하는 경제적 자산이 되었고, ‘좋아요’와 팔로워 수는 그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지표가 되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경제의 겉모습은 화려한 반면, 그 이면은 종종 가려져 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 어떤 노동을 감내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산업 구조가 어떤 위계와 불안을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이 글에서는 인플루언서 경제의 작동 방식과 그 안에 숨겨진 감정 노동, 플랫폼 종속의 구조를 살펴보며, ‘좋아요’ 하나가 어떤 노동의 결과이며, 어떤 긴장 위에 놓여 있는지를 조망하고자 한다.

 

1. 팔로워가 자산이 되는 구조 인플루언서 수익의 원리


인플루언서라는 단어는 단순히 SNS를 자주 하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이들은 특정한 분야에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팔로워와 관계를 형성하며, 나아가 이 관계 자체를 수익화하는 사람들이다. 인플루언서의 경제는 바로 이 영향력에서 출발한다. 그들이 전하는 정보, 감성, 메시지는 때로는 제품 구매로, 때로는 브랜드 이미지 강화로 연결되며, 이는 곧 돈이 된다.

가장 흔한 수익원은 브랜드 협찬 및 광고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타깃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는다. 인플루언서는 일정한 금액을 받고 제품을 소개하거나 사용 후기를 공유한다. 팔로워 수와 콘텐츠 유형, 좋아요, 댓글 등을 수치에 따라 단가는 다르지만,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의 경우 하나의 콘텐츠로 수백만 원 혹은 수천만 원까지 벌어들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유튜브 수익 공유, 굿즈, 강의, 템플릿 판매, 팬 후원 하는 슈퍼챗이나 인스타그램 배지 등이나 플랫폼 기획 콘텐츠 출연, 라이브 커머스 진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 이처럼 인플루언서 경제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과 플랫폼으로 구성된 복잡한 생태계이며, 영향력은 곧 자산이 되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철저히 플랫폼 중심으로 움직이며, 인플루언서 개인은 플랫폼이 정한 규칙에 따라 자신을 최적화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어떤 게시물을 노출할지, 어떤 형식이 유리할지는 인플루언서가 통제할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자유로운 창작자인 동시에, 플랫폼의 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한 노동자다.

 

2. 일상 콘텐츠 뒤의 노동: 감정, 시간, 자기 노출의 대가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종종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보인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운동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가는 순간들을 공유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 일상이 곧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수익의 원천이 되면서 삶 전체가 노동화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사진 하나를 올리기 위해 수십 장을 찍고, 편집 앱으로 조명과 각도를 다듬는다. 영상 하나를 위해 카메라 세팅, 콘셉트 기획, 촬영, 편집, 자막 삽입, 업로드 후 해시태그 관리까지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SNS 사용이 아니라, 1인 미디어 사업에 가까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인플루언서의 노동은 대중에게 잘 인식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 몇 장 찍고 돈 버는 일로 축소되거나 쉽게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 편견이 따라붙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감정 노동과 정체성의 피로다. 팔로워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지에 대한 고민, 악성 댓글이나 비교로 인한 심리적 부담 등은 콘텐츠 제작 외의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이다. 특히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플랫폼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재구성해야 하고, 때로는 본래의 자아와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더구나 플랫폼은 정기적인 업로드를 보상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며칠만 활동을 쉬어도 노출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인플루언서에게 휴식 없는 창작 압박을 가하는 요소가 되며, 번아웃과 우울감, 정체성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유로운 창작자로 보이는 이들의 삶이, 실제로는 노동 강도가 높은 감정 기반 직업이라는 사실은 쉽게 가려진다.

 

3. ‘좋아요’가 권력이 되는 플랫폼 구조: 선택되지 않는 자의 불안


디지털 플랫폼에서 ‘좋아요’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노출의 기회이며 생존 가능성과 직결된 중요한 지표다. 콘텐츠가 많은 ‘좋아요’를 받을수록 상위에 노출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며, 결과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노출되지 않으면 수익 구조는 무너진다. 문제는 이 노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는 스스로 노출 전략을 짜고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려 노력하지만, 알고리즘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어느 날은 사진 중심의 콘텐츠가, 또 어느 날은 릴스나 쇼츠 같은 짧은 영상이 선호되며, 그 기준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는 곧 플랫폼 종속적 노동 환경을 만들어낸다. 창작자가 아닌 플랫폼이 콘텐츠 형식과 방향을 결정하는 셈이다.

이런 구조는 불안정한 생계로 이어진다. 단순히 조회 수가 줄어들었다는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순간 직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리고 이는 곧 콘텐츠 제작자의 심리적 피로와 직결된다. 창의적 표현보다는 노출을 위한 전략에 집중해야 하고, 알고리즘의 눈치를 보며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며 자기다움을 유지하기보다는 잘 팔리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 구조 속에서는 경쟁이 필연적이다. 팔로워 수, 좋아요 수, 광고 단가 등 모든 것이 수치화되어 비교되기 때문이다. 이는 인플루언서들 사이에 지속적인 불안감과 위계의식을 낳으며, 상호 연대보다는 생존 경쟁을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좋아요’로 먹고산다는 말은 단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 ‘좋아요’ 하나를 더 받기 위해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몇 시간씩 영상을 편집하며, 수천 명의 팔로워와 감정을 주고받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 예측할 수 없는 수익, 감정 소진, 그리고 정체성의 재구성이라는 복합적 비용이 존재한다.

인플루언서 경제는 단순히 새로운 직업군이 아니라, 디지털 자본주의가 감정과 관계, 정체성까지 어떻게 수익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는 이 산업을 바라볼 때,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만이 아니라 그 수익을 만들기 위해 지불하고 있는 대가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소비하는 콘텐츠 역시 단지 재미나 정보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 감정, 노동이 담긴 결과물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사회에서 ‘좋아요’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신호이자 동시에 정체성의 무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