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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돈을 버는 존재로 일하는 신종 직업들

by 뉴스팡팡 2025. 6. 24.

잠만 자도 돈을 버는 존재로 일하는 신종 직업들


잠만 자도 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다소 황당하게 느껴진다.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누군가는 잠을 잔다는 행위 자체로 수익을 얻는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 놀라운 현상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존재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과 SNS 기반의 소통 방식은 인간 존재의 지금 이 순간 마저도 자본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예전에는 능동적인 노동 즉 무언가를 생산하거나 실행하는 행위가 수익의 조건이었다면 이제는 존재하고 있음 그 자체가 수익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슬리핑 스트리머, 무위 크리에이터, 동행 알바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직업들이다. 이 글에서는 점점 더 퍼져가고 있는 존재 기반 신종 직업들의 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존재만으로 돈을 벌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새로운 노동의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감정적 사회적경제적 의미는 무엇일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잠으로 먹고사는 슬리핑 스트리머의 세계


슬리핑 스트리머는 말 그대로 잠자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트위치나 아프리카TV,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수면을 스트리밍하며, 시청자들은 이를 지켜보거나 댓글을 달고, 후원까지 하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황당해 보이지만 이들은 이미 수십만 명의 구독자와 높은 수익을 자랑하는 하나의 확립된 직업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슬리핑 스트리밍은 단순히 자는 걸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카메라 구도, 조명, 잠자리 세팅, 배경 음악, 후원 알림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에게 감시가 아닌 안정감과 동행의 감성을 전달한다. 특히 혼자 사는 이들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의 일상적인 모습을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유대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슬리핑 스트리머는 의식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조차 자신의 존재를 제공하고, 그것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든다. 즉 존재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는 시대, 그 한복판에 선 이들이 바로 슬리핑 스트리머다.

물론 이와 같은 형태의 노동은 감정적으로 매우 피로할 수 있다. 카메라를 꺼도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지속되며, 삶의 사적인 순간이 대중에 노출되는 데 따른 심리적 부담도 크다. 실제로 많은 슬리핑 스트리머들이 잠을 자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신경 쓰게 된다. 개인 공간이 사라진 것 같다는 심경을 고백하기도 한다.

 

2.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함께 있는 일: 존재 기반 노동의 확장


슬리핑 스트리머 외에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돈을 버는 직업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무위 크리에이터가 있다. 이들은 화면 앞에서 가만히 앉아 있거나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송출한다. 이 콘텐츠에는 대단한 드라마도, 화려한 편집도 없다. 그저 존재하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무언가를 소비하거나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일방적인 자극 대신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경험하면서 일종의 정서적 쉼을 얻는다. 그 결과 무위 크리에이터들은 높은 조회수와 구독자, 후원을 기록하며 본업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동행 서비스라는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도 산책 동행, 조용한 카페 친구, 혼밥 도우미 같은 형태의 존재 기반 노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함께 있는 것, 말없이 존재하는 것,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 행위는 의외로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제공하며, 일정한 보상도 따른다. 이러한 직업들의 공통점은 존재 그 자체가 본질이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일의 핵심이 생산이었다면, 이제는 정서적 채움과 연결감 제공도 일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로 인해, 단순히 물리적인 노동이 아니라 감정 기반의 수동적 노동, 혹은 존재의 노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3. 존재의 상품화, 그 빛과 그림자


존재 기반 노동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고 타인의 감정과 외로움을 달래는 역할을 하며 물리적인 제약 없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디지털 사회는 이처럼 일의 정의를 확장시켜 왔고 존재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방식은 여러 가지 질문을 남긴다. 과연 나의 일상이 노출되고, 존재 자체가 상품화되는 상황에서 진짜 쉼과 사생활은 가능할까? 잠자는 모습마저 공개하면서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일종의 24시간 근무 상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존재의 상품화는 결국 플랫폼 알고리즘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순히 존재하고 싶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 조차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태로 조정된다. 편하게 자는 것처럼 보여야 하고 무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본을 구성해야 하는 등 자연스러움조차 기획되고 연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자기 자신을 콘텐츠화하고 상업화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사회 분위기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인간은 점점 더 자기 표현의 자율성과 상품으로서의 매력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며 결국 존재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 노동 방식을 선택한다.  그것은 아마도 존재 자체가 인정받는 경험 있는 그대로의 나 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현대 사회의 가장 부족한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일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잠자는 것도 함께 있어주는 것도 그냥 존재하는 것도 누군가에겐 위안이고 콘텐츠이며 가치가 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 구조와 사회적 연결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존재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다운 일이다. 내가 나로서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구조는 어쩌면 노동의 본질이 감정과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방식은 여전히 많은 논란과 고민을 남긴다. 프라이버시, 피로감, 상품화의 문제, 플랫폼 종속성 등은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제 단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존재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잠만 자도 돈을 버는 시대.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관계의 회복, 존재의 재발견, 정서의 공유라는 깊은 흐름이 숨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흐름을 타고 새로운 방식의 삶을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