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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가 만든 기묘한 노동의 풍경

by 뉴스팡팡 2025. 6. 13.

디지털 사회가 만든 기묘한 노동의 풍경
디지털 사회가 만든 기묘한 노동의 풍경

1. 일과 놀이는 구분되지 않는다  노동의 개념이 뒤바뀌다


예전에는 노동과 놀이가 뚜렷하게 구분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을 마친 뒤에야 놀 수 있었고, 놀기 위해선 일을 참아야 했죠. 하지만 디지털 사회는 이 균형을 흐트러뜨렸습니다. 노는 것이 곧 일이 되는시대. 유튜버, 트위치 스트리머, 틱톡커, 인스타 인플루언서 등은 더 이상 취미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진지하게 콘텐츠 생산과 수익화를 고민하는 디지털 노동자입니다. 문제는 이 노동이 겉보기에는 여전히 놀이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루 종일 게임하는 게 일인가? 또는 영상 올리고 광고만 붙이면 되잖아 하지만 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재미와 생산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리즘에 따라 콘텐츠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말이죠.

디지털 사회에서 일은 더 이상 육체만 쓰지 않습니다. 카메라 앞의 미묘한 표정, 단어 선택, 사소한 콘텐츠 각도 하나까지 모두 상품이 됩니다. 우리는 지금, 노는 듯하면서 일하고, 일하는 듯하면서도 자기 정체성을 갈아넣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2. 감정을 서비스하다 감정노동에서 감정 콘텐츠로


디지털 사회에서 감정은 더 이상 단순한 표현이 아닙니다. 감정은 이제 콘텐츠이자 수익원, 나아가 노동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유튜브에는 사연을 대신 읽어주는 채널, 위로하는 말만 건네주는 계정, 누군가 대신 울어주는 영상들이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실제 연애 상담을 대신해주고, 누군가는 청취자의 우울한 사연을 다정하게 낭독해줍니다. 이 모든 활동은 과거에는 사적인 위로였지만, 지금은 디지털 감정노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현상은 단지 콘텐츠로 소비되는 감정을 넘어섭니다. 플랫폼 안에서는 나의 감정을 반복적으로 팔고, 조절하고, 타인의 감정과 공명해야 합니다. ‘공감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죠. 어떤 이들은 ‘디지털 위로 제공자’로 활동하며 정기 구독자를 관리하고, 어떤 이들은 ASMR 콘텐츠로 잠 못 드는 이들을 위로하며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감정이 비즈니스 모델로 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울음, 위로, 공감, 감탄조차도 누군가의 직업이 되었고, 생계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감정은 더 이상 사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팔릴 수 있는 서비스가 된 것이죠.

 

3. 존재 자체가 노동이 되는 사람들


디지털 사회에서 가장 기묘한 노동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노동이 되는 현상입니다. SNS 인플루언서, 버추얼 캐릭터, 심지어 일반인의 라이브 방송까지… 많은 이들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존재감만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시선이 있습니다. 시선을 많이 받는 사람은 영향력을 갖고, 이는 곧 광고와 협찬이라는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이들은 하루 종일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켜놓고 살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구독자와 후원은 이어집니다. 그가 거기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누군가에겐 위안이 되고, 그 위안이 돈이 됩니다.

또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나 가상 아이돌 같은 존재들도 이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실제 사람이 아니지만, 존재감 있게 관리되고 브랜딩됩니다. 누군가는 이 캐릭터들의 디지털 퍼스널리티를 설계하고, SNS 콘텐츠를 올리며, 팬들과 소통합니다. 존재의 연출조차 노동이 된 것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사회에서는 존재하는 방식이 곧 일하는 방식이 됩니다. 마치 연극 무대에 매일 올라가야 하는 배우처럼, 디지털 노동자들은 존재의 무대에서 매일 자신을 유지하고, 연출하며, 소비당합니다.

직업의 경계는 흐려지고, 노동의 방식은 유동적이다
디지털 사회가 만든 또 다른 특징은, 직업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각각이 모두 일이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아침엔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고, 오후엔 스마트스토어 운영자로 일하고, 밤에는 유튜브에서 경제 콘텐츠를 올립니다. 그는 회사원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바쁜 풀타임 디지털 노동자입니다. 더 이상 한 직업만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N잡러가 아니라 N정체성 노동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디지털 사회의 노동은 공식적인 고용 관계 바깥에서 일어납니다. 계약서가 없고, 출퇴근도 없으며, 평가 기준도 모호합니다. 하지만 일은 계속되고, 피로도는 높습니다. 알고리즘에 의한 노출, 클릭 수에 따른 보상, 갑작스러운 트렌드의 변화는 이들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게 만듭니다. 직업은 있지만, 휴식은 없습니다.

디지털 노동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피로감을 줍니다. 언제든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메시지가 오면 즉시 응답해야 하며, 실시간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나는 지금 일하는 중일까 아니면 그냥 살아가는 중일까


디지털 사회가 만들어낸 노동은 분명 기묘합니다. 존재하는 것이 노동이 되고, 감정이 상품이 되며, 놀이가 일이 되는 시대.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이상하지도 않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노동의 풍경은 단지 기술의 진보만으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관계를 맺는 방식, 삶을 꾸리는 방식이 변했음을 말해줍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이 풍경은 앞으로 더 이상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만큼 더 인간적인 무언가를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